서울 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에 출두한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지난 20일 법원 출두 기자들의 질문에 "편하게 잘 잤다"고 했다.
세 번째 공판이 열리는 재판정으로 들어가는 이 전 회장의 대답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2일 첫 번째 공판에서 "지난 20년간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 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책임을 다 지겠습니다"라고 하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단은 지난 번 첫 번째 공판에서 특검에서 기소한 혐의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책임을 지겠다는 말과는 달리 "책임 질 일 없다"는 태도로 금방 돌아선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고, 대단한 기업이며, 대단한 변호인단이다.
18일의 2차 재판에서도 장장 8시간 동안이나 공방이 이어지는 등 이 전 회장 측의 뻔뻔스러움은 도를 더해갔다.
이제 국민은 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4월22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퇴진을 선언했음에도 재판과정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핵심 임원들이 퇴진했는데도 이 전 회장 측은 "우리는 죄가 없다"고 비공개인 법정에서 외치고 있다.
국민들 앞에서는 그러면 왜 "잘못했다"고 했을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비자금, 차명계좌와 주식, 경영권 세습, 정관계 로비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에 의해 일부는 혐의가 드러나고 일부는 의혹으로 남았다.
이 전 회장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지겠다는 결단으로 받아들여진 쇄신안은 다 '쇼'였단 말인가.
삼성 전 수뇌부가 재판에서 보인 모습은 도가 지나칠 만큼 뻔뻔스럽다. 그야말로 변호인단을 믿고 편히들 잘 지내는 모양이다.
시가총액 140조원의 세계적인 기업 삼성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전 수뇌부들의 뻔뻔스러움이 계속되는 한 삼성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도 "삼성의 유죄가 공판과정에서 입증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 측이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떤 핑계를 또 가져다 들이댈지,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지 두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권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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