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아이들 찾아보기 힘들어요. 어른 알아보고 어려운 사람 도울 줄 알고 예의 바르고...”
수원시 팔달구 북구동의 김연옥(73) 할머니가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이들은 할머니 집에 연탄을 배달해준 60여 명의 중ㆍ고등학생들이다. 환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은 학생들이 할머니 집을 찾아온 것은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5일(일)이다. 초겨울에 지원 받은 연탄이 몇 장 남지 않아 요즘 들어 아궁이를 꽉 틀어막고 지내던 할머니는 연탄을 들고 온 학생들이 눈물겹게 반갑고 고마웠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늙은이를 돕겠다며 추위를 아랑곳 않고 찾아온 모습이 예쁘고 믿음직스러웠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붙임성도 좋다. “할머니, 춥게 지내시면 감기 걸려요. 연탄 아끼지 마시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나중에 또 배달해 드릴게요.” 새소리처럼 맑고 따뜻한 목소리가 메마른 할머니의 마음을 파고들어 훈훈하게 해주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연탄을 나른 뒤에는 어지러운 집안 이곳저곳을 청소했다. 그리고는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준다며 문풍지도 발라주었다.
그뿐 만이 아니다. 헌 책이며 입지 않은 옷 등 재활용품을 모아 판 성금으로 구입했다면 휴지와 0도 선물로 주고 갔다. 손주 같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지, 할머니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오래도록 선물만 만지작거렸다.
(김연옥 할머니는 칠순의 나이에도 얼마 전까지 아파트 청소 일을 했다. 나라에서 지원 받는 금액으로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내장으로 시력이 약화돼 그마저도 그만 둔 지 꽤 되었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더욱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
이날 김연옥 할머니 집에 연탄을 배달한 이들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 수원 장안 지역 중ㆍ고등학생들이다. 이들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안동, 북수동, 신풍동에 소재한 5세대에 1천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김연옥 할머니처럼 모두 독거노인들이다.
김연옥 할머니는 따뜻해진 아랫목을 쓰다듬으며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이 건네던 보드랍고 정겨운 말처럼 따뜻함이 느껴졌다. “늙은이를 생각해주니 고맙네, 고마워. 요즘 아이들 같지 않고 천사들 같어. 손주 삼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당일 학생들의 봉사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찾은 이범선 행궁동 주민센터 동장은 “여러 차례 방문을 왔지만 어르신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또한 “학생들이 봉사활동 하는 곳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즐겁고 정성스럽게 봉사하는 학생들은 본 적이 없다”고 감동스러워하며 “웬만한 어른들보다 어른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지도한 수원장안 하나님의 교회 임선택 목사는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요즘 세대에게 나눔의 가치와 필요성을 직접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며 “청소년기는 사고와 인격형성에 중요한 시기다. 이러한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하나님을 경외하고 더불어 이웃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사랑만큼은 어른 못지않은 학생들의 선행이 추위에 내몰린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해주고 있다.
이운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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