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스포츠에 하루 억 단위 수익 의혹
- 연말 시상식 경쟁 뒤에는 연결 고리 의심
- A급·B급 언론사 지역 영향…C급·D급은 사무실도 찾아보기 힘들어
- 일부 C급 언론사에서도 쓸 만한 기사 생산
언론(言論)은 바르게 전달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 글자와는 다르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올해를 마무리하며 몇 자 적어본다.
중앙 언론과 지방 언론의 영향력에는 차이가 있으며, 권위 또한 분명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앙 매체에서 보도되면 전국 단위의 전파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지방 언론의 전파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인구 수는 서울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매체의 영향력을 보면 심각한 수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간지 매체의 경우 인구 수 대비 약 1% 수준의 구독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마저도 지역 일간지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매년 지역 일간지들은 각종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굳이 마라톤에 목을 매는 이유를 살펴보면, 하루 행사만으로도 수억 원의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도나도 뛰어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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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도심 구간을 달리고 있다. 일부 언론 주최 대회의 경우, 참가비 수익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보조금이 함께 지원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수입 구조에는 선수들이 납부하는 참가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형식의 지원을 받는 사례도 있다.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일선 공무원들 역시 이를 인지하면서도 언론의 영향력 앞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보조금은 원칙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지원되는 것이지만, 편법을 동원해 보조금을 수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사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면, 지자체 정보를 활용한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말이 되면 각종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사가 시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이해관계가 형성될 만한 곳에 시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나마 중부일보의 경우 시상 범위를 넓혀 이해관계와 거리가 먼 대상에게도 시상을 하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한 주의 인물’을 선정해 보도하는 지면은 비교적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발굴해 시상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기까지가 경기도에서 내로라하는 지역 일간지의 현실이다. 그나마 일부 일간지는 일정 수준의 기사 생산을 통해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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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경기·인천 지역에서 언론단체나 언론사가 주는 상 가운데, 음지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이나 자원봉사자, 사고 현장에서 생명을 구한 공로자에게 수여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상패와 상장 이미지가 넘쳐나는 가운데, 검증 없는 시상이 언론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경기 지역 일간지의 인지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지난 수원특례시의회 청사 준공식에서 내빈 소개 장면을 보면, 소방서장 소개 이후 지역 일간지 대표이사들이 소개됐다. 자리 배치 역시 앞줄이 아닌 중간쯤에 배치돼, 지역 언론의 위상이 어느 정도로 추락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일부 대표 일간지 인사들은 소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비우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법적으로 지역 일간지 대표가 앞줄에 앉거나 먼저 소개돼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흐름상 소방서장보다도 낮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지역 일간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말이 되면 일간지를 모방해 각종 인터넷 언론사들이 단체를 만들어 시상에 열을 올린다.
언론이 주는 상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다. 언론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 상에는 공공성이 요구된다. 시민은 이를 객관적 평가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언론의 시상은 취재와 보도만큼이나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그 상에 값어치가 생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검증 없는 상이 행정 성과로 포장되고, 정치적 업적으로 소비되면 책임 행정과 성과 평가의 기준이 흐려진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언론이 앞장서 훼손하는 일이다.
언론은 감시자여야지, 성과 포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행은 성실한 언론과 기자들에게도 치명적이다. 엄격한 기준과 독립적 심사를 통해 운영되는 진지한 시상까지 함께 평가절하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무실을 갖추고 있지만, 아예 사무실조차 없이 언론사를 표방하며 출입처를 형성하고, 기자단체를 만들어 연말이면 너도나도 시상식을 열고 있다.
법적·윤리적 위험 또한 가볍지 않다. 공공기관 관계자나 지자체 공무원, 산하기관 인사가 수상 대상이 될 경우, 이해충돌이나 청탁금지법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이들 단체명 역시 일간지 못지않게 거창한 단체를 만들어 놓아 일반 시민들에게는 상당한 권위를 가진 단체처럼 비쳐지며, 광고와의 연결 고리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최소한 시상식 전에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첫째, 심사 기준과 배점을 공개해야 한다.
둘째,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독립적 심사위원단을 구성해야 한다.
셋째, 광고·후원·협찬과 심사는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
넷째, 수상 전 성과 검증과 팩트체크를 거쳐야 한다.
다섯째, 사후 이의 제기와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흔히 업계에서는 A급 언론사는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곳, B급 언론사는 적자 운영, C급 언론사는 사무실만 있는 곳, D급 언론사는 사무실과 직원 없이 1인 운영 형태로 분류하기도 한다.
A급이나 B급 언론사는 그나마 지역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지만, C급이나 D급 가운데 일부는 언론사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사 생산이 미미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C급·D급 언론사들이 연말이면 지역 일간지 못지않게 거창한 시상식을 열고 있어, 그 상이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제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언론사가 수여하는 상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이들 가운데에서도 광고와 일정 거리를 두고, 나름대로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추구하는 언론사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의 펜이 우리 사회가 바라는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
[중부뉴스] 권중섭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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