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회 6억4,200만원 등 도내 지방의회 국외연수·출장비 반납 확산···고물가·재정난에 “민생 우선”
- 안민석 교육감, 7월 취임 후 8월 11~15일 만주·연해주 역사탐방···취임 초기 교육현안·업무파악보다 해외 일정 시급했나
- 역사교육 취지 인정되지만 ‘교육감이 직접 4박5일 가야 했나’ 의문···출장 인원·총예산·집행내역·정책성과 공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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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지방의회가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해 국외연수·공무국외출장 관련 예산을 잇달아 반납·삭감하는 가운데,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42일 만에 4박 5일 일정으로 만주·연해주 역사탐방에 나선 것을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사진제공=중부뉴스 AI생성 이미지> |
고물가와 경기침체, 세수 감소 등으로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도의회와 도내 시·군의회가 올해 예정된 국외연수와 공무국외출장을 잇달아 취소하고 관련 예산을 반납하고 있다.
반면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7월 1일 취임한 지 불과 42일 만인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만주·연해주 일대 해외 역사탐방에 나섰다.
취임 초기 경기교육의 산적한 현안을 파악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에 교육감이 직접 4박 5일간 해외 일정에 나서는 것이 과연 우선순위에 맞았는지를 놓고 따져볼 대목이다.
물론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직접 찾아 역사교육의 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경기도교육청도 이번 일정을 ‘교육독립운동가의 길을 따라가는 역사탐방’으로 규정하고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비롯해 만주·연해주 일대 독립운동 유적지를 방문해 ‘역사교육 대전환’을 구상하기 위한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적 의미가 있다는 것과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42일 만에 직접 4박 5일간 해외에 나가야 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같은 시기 경기도 지방의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경기도의회는 어려운 도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상임위원회별 공무국외출장을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으며, 관련 예산 6억4,200만원을 오는 9월 추가경정예산에서 감액·반납할 예정이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역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에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수원특례시의회도 여야 의원 37명이 뜻을 모아 올해 편성된 공무국외여비 1억6천여만원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오는 9월 예정됐던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 격려 출장까지 취소했다.
중부뉴스가 지난 27일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수원특례시의회, 평택시의회, 안양시의회, 이천시의회, 여주시의회, 광명시의회, 하남시의회 등 8개 의회가 국외연수·공무국외출장 관련 예산을 반납하거나 삭감하기로 결정 또는 추진하고 있다.
확인된 7개 의회의 관련 예산만 12억6천만원을 넘어섰고, 광명시의회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방의원들이 해외출장을 취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은 해외에 나갈 때가 아니라 시민에게 쓸 때”라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경기교육의 수장에게는 다른 잣대가 적용돼야 하는가.
안 교육감의 이번 일정은 지난 11일 중국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 방문으로 시작해 만주와 연해주 일대 교육독립운동가 유적지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기념비에서 광복절 행사를 진행하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중국 베이징 유리창 거리도 방문했다.
교육청은 이를 통해 역사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역사교육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왜 교육감이 직접 가야 했느냐’는 질문에 있다.
역사교육 담당 장학사와 교사, 역사교육 전문가 등이 현장을 조사하고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과 1,400만 경기도민의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교육감이 취임 초기 4박 5일 동안 직접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행정적 무게가 다르다.
더욱이 안 교육감이 해외로 출국한 지난 11일은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2026년도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당일이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수원·용인·의정부·고양 등 24개 시험장에서 초졸 659명, 중졸 1,953명, 고졸 8,188명 등 모두 1만800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교육감이 모든 교육행사를 직접 챙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취임 초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해외출장의 필요성과 시급성은 더욱 엄격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안 교육감은 출국 하루 전인 지난 10일에는 부천오정경찰서를 찾아 교권침해 사안을 직접 형사고발하는 등 교권보호 정책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바로 다음 날부터 4박 5일간 해외 일정에 들어간 것이다.
취임 한 달여 만이라면 경기교육의 현황을 파악하고 31개 시·군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수 있는 시기다.
학교 현장에는 교권침해와 기초학력, 학교폭력, 늘봄·돌봄, 특수교육, 교육격차, 학생 안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감이 취임 42일 만에 해외 역사탐방에 나섰다면 최소한 도민과 학부모에게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 “왜 교육감이 직접 가야 했는지”, “얼마의 예산을 사용했는지”, “학생들에게 무엇으로 돌아오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특히 이번 탐방의 정확한 전체 참가인원과 총사업비, 교육감 개인의 항공료·숙박비·일비, 동행자별 출장비, 현지 차량 및 여행사 비용 등 세부 집행내역은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독립운동가 유적지를 방문했다는 사진과 보도자료만으로는 공적 출장의 필요성과 예산집행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다.
안 교육감은 귀국 직후 ‘역사교육 대전환’을 공식 선포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4박 5일 해외탐방을 통해 기존 경기 역사교육 정책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새롭게 만들어진 교육과정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제공할 새로운 역사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교원 대표단까지 동행한 이번 해외 일정에 투입된 예산만큼 학생과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교육적 효과가 돌아가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 정책을 만들기 위해 교육감이 취임 42일 만에 반드시 해외 현장에 직접 나가야 했는가.
이 질문들에 구체적인 답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역사교육 대전환을 위한 현장 탐방’이라는 명분만으로 도민 모두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경기도의회와 도내 시·군의회는 지금 해외에 갈 이유보다 가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재정이 어렵고 민생이 힘든 만큼 해외출장비를 반납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경기도에서 한쪽은 해외연수를 포기하고 수억원의 예산을 반납하는 동안, 경기교육의 수장은 취임 한 달여 만에 4박 5일 해외 일정에 올랐다.
물론 지방의회의 국외연수와 교육감의 정책 목적 국외출장을 단순히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출장 목적과 법적 성격, 예산 구조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교육적 목적이 있었다면 교육감이 직접 참가해야 했던 이유를 밝히면 된다.
필요한 출장이었다면 총예산과 집행내역을 공개하면 된다.
성과가 있었다면 사진과 선언이 아니라 학생과 학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증명하면 된다.
공직자의 해외출장을 판단하는 기준은 ‘좋은 곳을 방문했느냐’가 아니라 ‘세금을 들여 반드시 가야 했느냐’여야 한다.
안민석 교육감의 취임 초기 4박 5일 만주·연해주 역사탐방도 예외일 수 없다.
중부뉴스는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이번 탐방의 전체 참가자 현황과 출장계획서, 총사업비 및 실제 집행액, 교육감 개인 출장비, 공무국외출장 심사·승인 자료, 여행사 계약내역, 출장결과보고서와 후속 정책계획 등을 확인해 이번 해외출장의 필요성과 예산 적정성, 정책성과를 추가 검증할 예정이다.
‘역사교육 대전환’이라는 거창한 이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세금을 사용한 공직자의 설명과 책임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측에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답변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중부뉴스 권중섭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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