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청주시와 ‘이에스청원’ 명의로 환경개선 업무협약···이후 이에스지청원·에코비트에너지청원 등 상호 변경
- 대법원, 소각시설 부분 업체 신뢰보호 인정했지만 ‘소각장 설치 허가’ 판결은 아냐···후속 행정절차 별개
- 시의회 의결 논란 MOU가 11년 뒤 청주시 발목···업체 법인 동일성·지배구조 변경 및 협약상 권리 승계 과정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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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시 오창 후기리 소각장 건립 논란과 관련해 2015년 청주시와 ㈜이에스청원이 체결한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이후 업체의 상호 변경 과정, 대법원의 신뢰보호 판단, 주민 건강권·환경권을 둘러싼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사진제공=중부뉴스 AI생성 이미지> |
청주시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건립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소각시설 부분에 대한 업체의 신뢰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2015년 청주시와 폐기물처리업체 사이에 체결된 ‘오창지역 환경개선 업무협약(MOU)’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협약 체결 당시 당사자는 ‘㈜이에스청원’이었으나 이후 업체 명칭이 여러 차례 변경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한 상호 변경인지, 법인의 대표자와 주주·지배구조 등에 변화가 있었는지, 11년 전 협약을 통해 형성됐다고 법원이 판단한 ‘신뢰’의 주체가 현재까지 동일하게 유지됐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회사의 상호가 변경됐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법인과 다른 회사가 됐다고 볼 수는 없다. 동일 법인이 상호만 변경했다면 기존 법률관계 역시 원칙적으로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해당 업체의 법인등기부상 법인등록번호와 상호 변경 이력, 합병·분할 여부, 대표자 및 주요 주주의 변경, 사업양수도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중부뉴스는 오창 후기리 소각장 문제의 출발점이 된 2015년 MOU부터 업체의 상호 변경, 행정절차 및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진 과정을 다시 들여다봤다.
■ ‘이에스청원’으로 맺은 2015년 MOU···이후 업체 명칭 변경
청주시의회 공식 회의록에 따르면 이승훈 당시 청주시장은 2017년 2월 9일 본회의에서 청주시와 업체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날짜를 “2015년 3월 26일”이라고 확인했다.
당시 이 시장은 특정 지역을 이전 대상지로 정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이전하는 데 행정적으로 지원한다는 정도의 내용이 협약서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협약 내용에 따르면 당시 ㈜이에스청원은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추진·운영 중인 폐기물 소각시설과 매립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청주시는 이전사업에 적극 협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협약에는 상호 신의를 바탕으로 협약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 업체 명칭은 달라졌다.
2019년 당시에는 이에스청원의 현 상호가 ‘이에스지청원’이라고 보도됐으며, 2023년 행정소송 당시에는 다시 ‘에코비트에너지청원(옛 이에스청원)’이라는 명칭으로 확인된다.
단순한 상호 변경이라면 법인격의 동일성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MOU상 권리가 소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2015년부터 현재까지 법인등록번호가 동일한지, 합병·분할·영업양수도 또는 지배주주의 변경이 있었는지, 대표자와 사업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업체가 청주시의 공적 견해를 신뢰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판단한 만큼, 2015년 당시 협약당사자와 현재 사업주체 사이의 법률적·실질적 동일성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주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필요해 보인다.
■ 업체 이름은 달라졌는데···11년 전 ‘신뢰’는 어디까지 보호되나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단순한 MOU의 계약상 효력이 아니라 행정법상 ‘신뢰보호원칙’이다.
대법원은 지난 8월 13일 2023두36824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제안 거부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소각시설 부분에 한해 청주시의 처분이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파·분쇄시설 부분에 대해서는 청주시의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대법원이 후기리 소각장 설치를 허가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대법원이 판단한 것은 청주시의 ‘도시관리계획 입안제안 거부처분’의 적법성이고,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위한 모든 행정적 허가를 일괄적으로 내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판결을 계기로 2015년 청주시가 누구에게 어떤 범위까지 공적 신뢰를 형성했는지를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약 당시 특정 이전부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7년 청주시의회 회의록에서 이승훈 당시 시장은 “어떤 지역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2015년 청주시가 표시한 공적 견해가 단순히 기존 시설의 ‘이전사업에 행정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범위였는지, 아니면 이후 업체가 선택한 후기리라는 특정 지역에 소각시설을 설치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것이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남는다.
대법원은 이번 행정소송에서 업체의 신뢰보호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협약 체결 당시 특정되지도 않았던 후기리 지역 주민들의 건강·환경권과 2015년 업체에 형성된 신뢰를 향후 행정절차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남게 됐다.
■ 시의회 통제 논란 MOU···청주시 행정이 만든 ‘부메랑’
더 근본적인 문제는 MOU 체결 과정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법령과 조례에 규정된 것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외의 의무부담’ 등에 대해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도록 하는 구조를 두고 있다.
법제처의 관련 법령해석에서도 장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 가능성이 있는 협약이 ‘예산 외의 의무부담’에 해당할 경우 지방의회 의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5년 오창지역 환경개선 업무협약에는 청주시가 업체의 이전사업에 협력하는 내용뿐 아니라 기존 소각시설·매립장 용지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협약에는 협약 체결·이행과 관련한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비밀유지 조항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청주시의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놓고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견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당시 행정부가 체결한 협약이 11년이 지난 2026년 대법원에서 업체의 신뢰보호를 인정하는 중요한 사정으로 작용한 셈이다.
때문에 청주시는 협약 당시 지방의회 의결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법률검토가 있었는지, 이후 감사원 및 행정안전부의 관련 판단을 소송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시민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 같은 날 대법원 또 다른 판결은 ‘청주시 규제권한’ 인정
이번 사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대법원은 같은 날 선고한 2023두36473 폐기물처리사업계획 부적합통보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는 업체 측이 승소했던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가 국토계획법 및 도시계획시설규칙에 따른 결정기준에 저촉되는 경우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2항 제2호를 근거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을 부적합 통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후기리 소각장 문제를 ‘업체가 대법원에서 이겼으니 사업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2항은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을 심사하면서 시설 입지가 다른 법률에 저촉되는지뿐 아니라 시설의 설치·운영으로 환경기준 유지가 곤란해지는 등 사람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주시는 향후 행정절차에서도 법률이 부여한 범위에서 입지 적정성과 주민 건강·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 학교·주거지역·주민 보건위생도 법적 판단 대상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는 사업자와 행정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157조는 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시설의 입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결정기준을 두고 있다.
따라서 후기리 예정지를 중심으로 인근 주거지역과 학교·어린이집·의료시설 등의 분포, 기존 폐기물처리시설의 밀집도, 풍향과 대기환경, 폐기물 운송차량의 이동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주지역의 기존 민간 소각시설 처리능력과 실제 처리량, 다른 지역에서 청주로 반입되는 폐기물량까지 공개해 신규 소각시설이 지역에 미칠 누적 환경부담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상호 변경 자체보다 ‘법인의 실체 변화’ 확인해야
핵심은 2015년 ‘이에스청원’과 현재 사업주체가 법률적으로 동일한 법인인지, 그리고 지난 11년간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의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법인등록번호 ▲상호 변경일 ▲본점 소재지 ▲대표이사 변경 ▲임원 변경 ▲자본금 변동 ▲합병·분할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회사의 지배주주나 모기업이 변경됐다면 2015년 당시 청주시와 업체 사이에서 형성됐다는 ‘신뢰’가 현재 사업구조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시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변동만으로 대법원이 인정한 신뢰보호가 소멸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법인격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상호나 대표자·주주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법인의 권리·의무는 원칙적으로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회사 이름이 몇 번 바뀌었느냐’가 아니라 2015년 협약당사자의 법인격과 현재 사업자의 법인격이 동일한지, 사업의 주체와 내용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청주시가 그 과정에서 변경사항을 어떻게 검토하고 승인·협의했는지에 있다.
■ 11년 전 행정협약의 책임, 주민에게 돌아가선 안 돼
이번 대법원 판결로 청주시의 2015년 행정행위가 11년 뒤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
당시 특정 이전지역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주시가 업체의 이전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고, 그 협약이 세월이 흐른 뒤 후기리 소각시설에 대한 업체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의 주요 배경이 됐다.
반면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와 사람의 건강·주변 환경 영향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같은 날 별도의 판결을 통해 도시계획상 입지기준에 맞지 않는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 부적합 통보가 가능하다는 법리를 확인했다.
따라서 청주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사업자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반대로 주민 반대를 이유로 무조건 사업을 막는 것이 아니다.
2015년 협약 체결 과정의 적법성과 책임, 협약 이후 사업자의 상호·법인·사업계획 변경 과정, 대법원이 인정한 업체의 신뢰보호 범위,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입지·환경·건강 심사요건을 각각 분리해 다시 검증해야 한다.
특히 ‘이에스청원’이라는 이름으로 체결한 2015년 협약에서 시작된 공적 신뢰가 여러 차례의 상호 변경과 11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현재의 후기리 소각장 사업에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청주시가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11년 전 행정기관과 민간업체가 체결한 협약으로 발생한 행정적 부담이 아무런 책임 규명 없이 후기리 주민들의 몫으로 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청주 권중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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