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의용소방대 신재궁 대장 주관···남자부 1위 ‘송아지’·여자부 1위 ‘양문형 냉장고’
- 오창주민자치회, 노래자랑·줄다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 마련···주민 화합 한마당
- 1945년 광복 직후 주민들이 시작한 것으로 전해져···마을 화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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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창읍사무소 마당에서 열린 제37회 오창전통씨름대회에서 선수들이 샅바를 잡고 힘을 겨루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오창의용소방대 신재궁 대장 주관으로 씨름과 노래자랑, 줄다리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으며 남자부 1위에게 송아지, 여자부 1위에게 양문형 냉장고가 부상으로 수여됐다. <사진제공=오창 권중철 기자>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제37회 오창전통씨름대회가 오창의용소방대(대장 신재궁) 주관으로 열려 모래판을 뜨겁게 달궜다.
오창읍사무소 마당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주민자치회에서 주민 노래자랑과 줄다리기 등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지역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장이 됐다.
특히 이번 씨름대회에서는 남자부 1위에게 송아지가 부상으로 주어지고, 여자부 1위에게는 양문형 냉장고가 수여돼 눈길을 끌었다.
남자부 우승 상품으로 송아지가 내걸리면서 과거 오창 장사씨름대회에서 최고의 장사에게 황소를 부상으로 주던 전통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오창 씨름의 역사와 지역 공동체 문화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오창 장사씨름대회는 지역 주민들의 기억에 따르면 1945년 광복 직후 해방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씨름대회로 전해진다.
당시 씨름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마을과 마을이 자존심을 걸고 겨루는 지역 최대 규모의 잔치 가운데 하나였다.
각 마을을 대표하는 힘 좋은 청년들이 모래판에 올라 샅바를 잡았고, 장사가 탄생하면 개인의 우승을 넘어 마을 전체의 경사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과거 오창 장사씨름대회를 기억하는 주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황소’다.
농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이었던 시절 황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농사를 책임지는 핵심 노동력이자 농가의 중요한 재산이었다.
지역 주민들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씨름대회에서 최고의 장사에게 황소가 부상으로 주어졌으며, 우승 장사가 황소와 함께 마을로 돌아오면 주민들이 풍악을 울리고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오늘날 상금이나 트로피를 받는 것과는 의미 자체가 달랐던 셈이다.
오창에서 씨름이 크게 사랑받았던 배경에는 지역의 농경문화도 자리하고 있다.
오창은 넓은 들을 중심으로 쌀농사가 발달했고, 과거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창장은 쌀과 소를 비롯한 농축산물 거래가 활발했던 큰 장터로 기억되고 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사람과 물자가 몰렸고 약장사와 풍물패 공연까지 펼쳐졌다. 당시 어린 학생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담을 넘어 장터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오창장은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가 한데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유통구조 변화, 대형 유통시설 등장 등으로 전국의 전통시장이 쇠퇴하면서 과거 북적였던 오창장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반면 씨름은 오창의 옛 공동체 문화를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남아 있다.
오창이 농촌지역에서 읍으로 성장하고 주변에 산업단지와 대규모 주거지역이 들어서는 등 도시의 모습이 크게 변했지만, 모래판에서 샅바를 잡고 힘을 겨루는 전통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오창 출신 씨름 인재들이 운호고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전국 무대에서 활약했던 역사도 함께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오창전통씨름대회는 단순히 누가 힘이 센지를 가리는 경기를 넘어 광복 직후부터 이어져 왔다고 전해지는 주민 화합의 역사와 농경문화, 오창장, 마을 공동체의 기억이 한데 담긴 지역 전통행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제37회 대회 역시 씨름뿐 아니라 노래자랑과 줄다리기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행사가 함께 펼쳐지면서 과거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기던 지역 축제의 의미를 이어갔다.
과거 흙먼지 날리는 모래판에서 장사가 탄생하고 황소와 함께 마을로 돌아오는 우승자를 주민들이 맞이했던 풍경은 이제 쉽게 볼 수 없다.
하지만 제37회 대회에서 남자부 우승 상품으로 다시 송아지가 등장하면서 옛 오창 씨름대회의 모습과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오랜 세월 마을의 궂은일을 맡으며 행사를 지켜온 주민들과 오창의용소방대 등의 노력으로 오창읍사무소 마당에서 울려 퍼진 씨름판의 함성과 주민들의 흥겨운 노랫소리는 오창의 전통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중부뉴스] 권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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